시사

'맥도날드 할머니'의 근황?

마곡동 2011. 7. 3.
728x90
반응형

혹시 ‘맥도날드 할머니’라고 기억하시는지. 지난해 말, 주요 포털 검색어를 석권한 할머니 이야기다. 궁금해서 찾아봤다. 깜짝 놀랐다. 까닭은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태로 교회커피숍, 그리고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 가게를 전전하며 생활한다는 그 할머니의 행동반경이 소개되는데, 그 거리 풍경이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11시면 할머니가 어김없이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앉아 있다는 그 맥도날드 가게는 경향신문, 그러니까 필자의 회사 바로 옆 건물 1층에 자리잡은 맥도날드 가게였다.



이 기회에 정정할 것이 있다. 지난번 가수 이광필씨의 대선 출마 선언 관련 기사에서 필자는 이씨가 최초 제보자가 아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건 필자가 날짜를 착오한 것이다.


SBS 보도 이전에 이씨가 맥도날드 할머니의 사연을 모 통신사에 제보했고, 며칠 뒤에 SBS의 취재가 시작됐다. 그러니까 이씨가 최초 언론 제보자인 게 맞다. 이씨가 어떻게 할머니를 주목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까운 지인을 바래다주고 커피를 한 잔 마시러 맥도날드에 들어갔는데 그 할머니가 있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제가 커피숍을 운영할 때 밤이면 찾아오셨던 분이었던 거예요.”

‘맥도날드 할머니’가 화제를 모은 뒤, 필자 역시 출퇴근길에 할머니를 관찰했다. 그런데 최근 한두 달 전부터 밤에 매번 앉아 있던 자리에서 보이질 않았다. 어디로 간 걸까. 다시 유심히 살펴보니, 창가 자리 대신 안쪽에 앉아 있다.

맥도날드 직원에게 까닭을 물어봤다. “사실 손님들이 불편해해요. 냄새도 난다고 하고….” 그래서 안쪽 자리로 옮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TV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된 ‘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삼남매 사건’ 이후 정부에선 ‘사각지대 소외계층 일제조사’라는 걸 했다. 보건복지부가 6월 21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로 전국적으로 2만3000여명의 ‘사각지대 소외계층’이 발견됐다. 그런데 일제조사가 시행된 취지에 따르면 맥도날드 할머니가 바로 이 ‘사각지대 소외계층’이다. 저 숫자엔 맥도날드 할머니도 포함되었을까. 할머니가 오가는 지역 관할구청인 종로구와 중구에 연락해봤다. 할머니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TV 보도 후 할머니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해 왔는데, 마지막으로 체크한 게 두 달 전”이라고 밝혔다. 중구 쪽은 할머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필자의 문의전화를 받은 양 구청 관계자들이 하루의 시차를 두고 움직여 할머니를 만났다. 양 구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할머니의 근황은 이렇다.

보도 후 할머니가 나온 대학 동문회에서 일정액을 지원했는데, 4월을 끝으로 지원은 중단됐다. 동문회 쪽에서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리고, 일정한 거주지를 갖게 되면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거부한 것이다. 양 구청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할머니는 거절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말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을 ‘스페셜한 사람’으로 믿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본인이 뚜렷하게 거절하니 강제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사각지대 소외계층 조사’라는 걸 한 이유가 본인의 주장과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 아니었을까.

보건복지부에 문의해봤다. 복지정책과 상황총괄팀 윤병철 서기관은 “지적한 내용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관이 사후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조사할 때도 밝혔지만 민간과 케이스 조사·발굴·신고에서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맥도날드 할머니, 아직 맥도날드에 계신다. 할머니가 기다리는 ‘님’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뭔가 서글픈 이야기다.
728x90
반응형

댓글

💲 추천 글